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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CCI 컨설턴트가 말하는] 90년생대생의 할많하않 19-08-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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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I 컨설턴트가 말하는] 90년생대생의 할많하않

나는 5년차 직장인이다. HR부서에서 근무하다 보니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 또는 일반 직원들은 마주칠 일이 없는 사장님부터 임원진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만 했다. 그런 환경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어떻게 하면 그분들과 현명하게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누구에게 소개하긴 부끄럽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5년간 테스트해보며 일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입사한 후배에게 소소한 팁을 나눠주었다. 이게 무슨 팁이야 할 수 있고, 방법 자체는 평범할 수 있지만 신입에게 직원 한 명, 한 명의 특징을 알려준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왜냐면 나 역시도 신입 때 누가 누구인지 몰라서 헤맸고, 그때 도와줬던 선배가 너무나도 고마웠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A 책임님과는 고양이를 키우셔서 고양이 이야기를 하면 어색함을 좀 가실 수 있고, B 상무님은 “요즘은 XX레스토랑이 핫플레이스에요. 요즘 뜨는 곳입니다.” 하고 핫플레이스를 알려드리면 좋아하신다는 등등 몇 가지 팁을 알려줬던 기억이 있다. 제목이 90년생대생의 할많하않인데, 평소에 마음 속으로 생각하던 얘기를 대놓고 쓰려니까 무슨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딴소리를 좀 해보았다.
아무튼… 모두가 공감할 진 모르겠지만 보통의 90년생이라면 지금 내 얘기하는 거야? 하며 고개를 끄덕일 몇 가지 에피소드를 적어본다.
 

1. 왜 직접 찾아보지 않으시죠...?
 
언젠가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보았다. 대기업에서는 퇴직을 앞두고 있는 임원들에게 공인인증서 다운 받는 방법, 앱 설치하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는 기사 말이다. 요즘 시대에 공인인증서 다운 받는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도 가끔은 너무 복잡하다고 느끼니까.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그 분의 손과 발이 되었길래 공인인증서 하나 발급받아 본 적이 없을까 싶기도 했다.

우리 회사 역시도 IT 관련된 무언가를 할 때 손이 많이 가는 몇몇 분들이 계시다. 처음에는 한 분 한 분 찾아다니며 세팅해드리고 친절하게 설명해드렸다. 하지만 같은 문제로 2번 3번 도와달라고 하는 분께는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잘 못하겠더라. 마치 엄마한테 인터넷 쇼핑하는 방법 (회원가입-상품서치-결제)을 가르쳐 드릴 때의 마음이랄까... 하지만 답답해도 어쩔 수 없다. 내 일이니까!!
 
 
2. 뭐라고 하시는 지 1도 모르겠습니다.
 
옆 부서 팀장님은 팀원들에게 창피하지 않으려고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는 미리 공부도 하고 모르는 것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배우려고 하신다는데 우리 팀장님은 그렇지 않다. 근데 눈높이는 엄청 높으셔서 대충 이정도면 되겠지 하고 가져가면 무조건… 빡꾸다. 부들부들

하루는 팀장님이 날 부르시고는 “왜 그런 거 있잖아. 그때 윤대리가 얘기했던 것 같은데, 그거 해보면 좋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왜 있어 보이고, 저 왜 럭셔리한 그거~ 자기가 잘 알 것 같은데. 자기 밀레니얼이잖아~ 한번 찾아와봐.”
 

그동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팀장님이 저렇게 디렉션을 주시는 날에는 이미 마음 속에 결과물을 그려 놓으시고는 “옳지, 그래 너가 나의 수족이 되어 찾아봐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냥 “그거 찾아봐!”라고 해주시면 안될까? 그럴 때 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면 “팀장님 뭐라고 하시는 지 1도 모르겠습니다. 작두를 탈까요? 관심법을 배워올까요? 제발 무얼 찾으라는 건지 명확하게 알려주세요!!! 제발!!”이다.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겪다 보니까 팀장님을 이해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팀장이 신도 아니고, 그럴 수도 있지’ 이런 마음으로 그를 이해 하려다가도 이 데이터를 찾아야하는 이유라든가, 어디에 활용될 것이니 어떤 점을 주의해서 찾아보라고 해주시거나, 어떤 포인트 하나를 정확하게 알려주시지 않는 걸까!!’하고 고구마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흐리멍텅 하더라도 어떤 포인트 한 꼭지를 잡아 주시면 시간도 세이브 되고 추가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끙끙거리지 말고 그냥 물어보면 되지!! 라고 생각하진 말 것! 물어보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3. 좋아하는 선배는 제가 직접 팔로우 할게요.
 
팀장님 팔로우 요청을 수락한 내가 잘 못이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언제 수락할 거냐 물으셔서 ‘인스타는 그냥 음식 올리는 용이라서요.’, ‘그냥 저는 눈팅만해요.’, ‘어차피 보실 것도 딱히 없는 데..’ 로 방어를 했지만 결국 수락하고 말았다. 그러고 몇 주 뒤 월요일날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지난 주말 잘 보내셨어요? 주말에 뭐하셨어요? 하며 팀원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면서 “친구와 여행 다녀왔어요.”라고 이야기했는데, 팀장님이 “남자친구랑 다녀온 거 인스타에서 다 봤어. 남자친구 훤칠하더라~” 하고는 말을 이으셨다. 오마이갓.

그 후로 나는 주말에 영화만 보는 사람이 되었고, 주말 안부 인사는 의미 없고, 성의 없고 그리고 영혼 없는 질문과 대답이 되었다. 처음에는 알맹이 없이 그냥 인사치레이고 기억도 못하는 이런 대화가 너무 불편했다. 그런데 이런 대화를 한지 1년이 넘어가자 나도 익숙해졌고, 심지어 친구와의 통화에서도 건성으로 대답하는 나를 발견하고 너무 끔찍하다 생각했다. 팀장님은 나와 친해지려고 긴밀한 사이임을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걸까?

예전에 학교 다닐 때에는 손발이 오그라들긴 하지만 내 생각을 정리해서 비판적인 글을 올리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여행 다녀온 사진도 올리고 했는데 이제 내 SNS 피드는 완전 짬뽕이다. 내 것도 누구 것도 아닌... 그냥 맛집 모음 페이지랄까? 오늘 출근하자마자 팀장님께선 인사와 함께 “XX레스토랑 어땠어?”라고 하셨다. 인스타 그만할까 아니면 계정을 새로 만들까 고민하게 만든다.
 


4. 저희 엄마는 집에 계십니다.
 
부모, 형제, 친구 할 것 없이 누가하더라도 잔소리는 언제나 기분이 좋지 않은 말이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그 중에 가장 견디기 힘든 잔소리 중 하나는 직장 상사의 잔소리이지 않을까.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을 그럴 듯하게 정리해서 하면 되니까.

팀장님께서는 종종 이렇게 이야기하신다. “내가 우리 딸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얘기인데, 다~ 김 대리 좋으라고, 김 대리 잘되라고 하는 이야기야! 내 맘 알지?”.

잔소리 자체 의도는 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성장하기를 바라고, 애정이 있어서 가능한 거라지만 받을 사람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이야기한 걸까? 본인이 더 어른이니까, 더 많은 사회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하는 잔소리라면 오늘만큼은 참아 주셨으면 좋겠다. 

 
5. 정답은 잘 모르겠다.
 
팀장님과 직급으로 따진다고 하면 내가 아무리 뾰로통한 표정을 짓거나 다른 때보다 말수가 적어진다고 한들 이길 수 있는 게임도 아니고, 그렇다고 팀장님을 고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표정관리를 못한 내가 더 혼이 나겠지) 그리고 막내로 지내온 5년간의 노하우를 끌어 모아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해결 방법이 있는 줄 알고 들어왔다면 쏘리… 같이 고민해보자.)

조직개편이 되거나 아니면 부서 이동을 하게 되어 좋은 팀장님과 동료를 만나기를 기도하거나 아니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재주를 연마하거나… 아니면 퇴근 길 동기들과 시원한 생맥주에 치킨을 뜯으면서 오늘 일을 잊어버리는 수 밖에... 난 정말 내 후배에게는 좋은 선배가 되어 줄 거다. 정말로!


직장생활에서 생기는 고민들을 막상 친구들과 얘기해도 모두 똑같은 상황이고,
회사 선배에게 물어보자니 왠지 쑥스러운 얘기들을 CCI와 멘토에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5가지 주제를 가지고 멘토와 CCI의 이야기를 공유할 예정이니, https://smartstore.naver.com/creativecareer 에서 많은 신청 바랍니다!

by Inyoung Lee
Creative Career Institute | 선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