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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CCI 컨설턴트가 말하는] 90년생이 알려주는 90년생과 일 하는 4가지 방법 19-07-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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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이다.
긱이코노미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끝나고 간단한 케이터링과 함께 아이스 브레이킹 게임도 하고, 남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도 하고, 처음으로 네트워킹이란 것을 해보았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남아 있는 사람 중 90년대생으로 보이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러던 중에 80년대생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인사관리 관련하여 고민이 있으시다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저요? 절 말씀하시는 거에요?
네? 저요? 절 말씀하시는 거에요?


일단 질문이 무엇인지 들어 보기나 하자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들어 보니 본인과 함께 일하는 90년대생 부사수(이하 김사원)가 있는데, 도통 그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운을 띄웠다. 일이 남았는데 6시 땡 하면 퇴근하고, 왜 그렇게 일에 집중을 못하는지, 왜 이렇게 틀린 내용이 많은 지, 그리고 본인과 성별이 달라 어떻게 혼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업무적으로도, 인간적으로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지 알려 달라고 하시는 거였다.
 
네? 제가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부장님께 질문했다. 김사원은 입사한지 얼마나 되었나요? 전체 경력은 얼마나 되나요? 그리고는 나의 인턴시절과 사원으로 지내면서 경험했던 일과 또 나의 선배의 고마운 가르침을 4가지 방법으로 정리해 말씀드렸다.

 

첫번째, 김사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를 읽어보세요.
 
얼마전에 프로듀스 101에 탈락할 위기에 처해있는 5명이 국민프로듀서에게 보내는 영상편지가 나왔다. 그 중 한 명이 이렇게 호소했다. 자기는 원래 보컬 담당인데, 이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단 한순간도 보컬 포지션을 해본 적이 없다고. 그러면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무대에서는 보컬로 나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 부장님은 과연 김사원은 어떤 기대를 품고 이 회사에 입사했는지, 그리고 어떤 강점이 있는지,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 아셨을까? 모르셨다.
취준생들의 옵션에 중소기업이 있기란 참 힘들다. 나 역시도 그랬고. 지원자가 없으니 알짜 중소기업,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에서도 사람 뽑기가 정말 힘들다. 그래서 지원자가 있으면 인터뷰를 하고 뭔가 아니다 싶으면서도 일단 가능성을 보고 채용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생긴다. 이 과정이 문제이다. 왜냐하면 신입 사원이 기대하는 바와 조직이 원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으면 사원은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일을 잘 해내야 하는 이유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이럴 때 김사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읽어 보면 이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될 것이고, 리더로서 어떤 부분에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지 포인트를 찾으시지 않을까 했다.

 

두번째, 태평양 바다같은 디렉션보다는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부장님 이야기에 따르면 김사원이 가져오는 보고서에 적힌 숫자가 다 틀렸단다. 그리고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지 고민한 흔적도 없었단다. 그래서 본인이 다 수정해야 하고, 다시 분석을 해야 돼서 결국은 일을 안 시키게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업무 주는 방식을 여쭈었더니 주제를 알려주고 ‘일단 한번 만들어봐~’라고 한 후에 메일로 보고서를 받고 부장님 혼자 쭉 보시고는 자리로 불러서 김사원을 혼낸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를 듣고, 부장님께 물었다. 김사원이 어떤 기준으로,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보고서를 만들었는지 물어보셨냐고. 뭐~ 이 바닥에서 15년차인 내가 모르겠냐마는 한번도 물어보지 않으셨다고 하였다. 그냥 틀린 데이터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4가지 정도로 찾아볼 내용의 가이드를 주시면 어떨까 말씀드렸다.
  • 누구에게 필요할지,
  • 어떤 기대효과가 있을지,
  • 다른 대안은 무엇이 있을지,
  • 가장 적합한 견적과 가성비 있는 견적과 꽤 비싸지만 의미가 있는 견적인지
 
나의 선배는 나에게 기획 업무를 시키기 전에 이런 가이드를 알려줬고, 설득력 있는 보고서를 만드는 연습을 하도록 기회를 주셨다. 나중에는 말하지 않아도 위의 가이드를 따르게 되었다. 물론 한방에 통과되는 기획안이 많진 않았지만... 선배에게 설명을 해야 하니 나 스스로가 이 보고서에 설득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숫자 하나하나를 뜯어봐야 하고, 왜 그런 지를 고민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과정이 되었다.
그래서 부장님께 김사원에게 명확한 디렉션을 주면 부장님께서 기대하는 결과물에 가깝게 만들어 올 것이고, 또 일방적인 피드백 보다는 그에게 설명할 시간을 주면 설명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실수의 빈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본인 스스로가 무엇이 부족 했는지, 무엇을 대충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씀드렸다.

 

세번째, 그리고 실수를 방지하고자 중간 보고를 할 수 있도록 일정을 정해주세요.
 
김사원은 부장님이 입사하기 전까지 사장님과 다이렉트로 일 했다고 한다. (신입이 사장님과 다이렉트로 일 했다니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그래서 깊이 있게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일이던 빨리 빨리 만들어서 보고하는 습관이 있었고, 그 습관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부장님께 김사원이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제출시점을 명확하게 얘기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래야 어떤 건 정말 눈썹을 휘날려가면서 빨리 만들어야 하고, 또 어떤 보고서는 정말 심혈을 기우려서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보고 일정이 여유롭다고 해서 더 열심히 만드는 일은 아주 드물겠지만. 늘 시간에 쫓겨 일해오던 김사원에게는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보고 시점을 모르니 하루 종일 보고서에 손을 대고 있고, 계속 고치고, 그럴 듯한 이미지를 계속 찾았었다. 그런 모습을 본 나의 사수는 중간 보고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시간을 단축하도록 하였고, 최종 보고서를 만들 때 완성도 있는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중간보고가 좀 귀찮았다. 하지만 기획하던 프로그램의 취지를 다시 한번 짚어 갈 수 있었다는 점과 중간에 변경된 내용을 반영할 수 있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프로그램의 숨겨진 의도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우리 부서는 리더 > 선배 > 사원의 구조였기 때문에 리더로부터 다이렉트로 일을 지시 받기보다는 선배를 통해 일이 내려왔다. 그래서 리더가 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중간 보고를 하면서 숨은 의도를 알게 되었고, 이 단계는 리더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네번째, 혼내지만 말고, 그들의 방식으로 이야기해보세요.
 
혼나는 것은 어릴 때나 나이가 들어서나 너무너무 무섭고 창피하고 빨리 벗어나고 싶은 시간이다. 사수는 더 잘 해보자는 의미였겠지만 혼나는 대상은 그 사람과 일하기 싫어질 수 있다. 김사원도 일을 엉망으로 하려고 하진 않았을 테니 “너 왜 그랬어!!” 식의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다음과 같이 그들의 방식으로 이야기해 보는 건 어떨까?
  • 김사원의 시선으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왜 이렇게 되었는지’ 현황을 보고 하도록 하고,
  •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방안이 있어야 하는지’,
  • ‘김사원의 레벨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 ‘우리 부서 차원에서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라고 한다.
 
물론 이것도 약간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짧지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이 질문하는 하는 목적은 다음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지금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함이다.
일 하기도 너무 바쁜데, 이런 고민할 시간을 어찌 주냐!!고 하면 난감쓰.. 하지만 하루 이틀 일하고 안 볼 사이가 아니지 않나, 차근차근 서로의 합을 맞춰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
나의 경험담을 이야기하자면 사수에게 혼이 난 다음 자리에 돌아와서 답을 만드는 내내 진짜 엄청 긴장되었다. 똥줄 탄다고 해야하나... 보고할 시간은 다가오고 있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를 어쩌나 고민하다가 이런 방법도 방법일까 했던 것을 줄줄이 써 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봐도 아찔한 그 경험은 빠른 판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에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후후
 
 
세미나 종료 후 1주일이 지나고, 부장님께서 내가 알려드린 방법을 실제로 활용했는지 너무 궁금해서 연락을 드렸다. 모든 방법을 다 써보지는 못했지만 잘 조율하고 있고, 본인이 생각지도 못했던 솔루션이라 신선했고, 김사원의 입장을 이해해 보는 시간이라 좋다고 하셨다. 내가 만난 부장님과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이 글이 90년대생이 마냥 어렵기만 했던 전국 부장님들이 그들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by Inyoung Lee
Creative Career Institute | 선임컨설턴트